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2014)는 당시 가장 야심 찬 슈퍼히어로 영화 중 하나였다. 마크 웹(Marc Webb)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앤드류 가필드(Andrew Garfield)가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으로 복귀하고, 엠마 스톤(Emma Stone)이 그웬 스테이시(Gwen Stacy), 제이미 폭스(Jamie Foxx)가 일렉트로(Electro), 그리고 데인 드한(Dane DeHaan)이 해리 오스본(Harry Osborn)으로 출연했다. 영화는 평단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았지만,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특히 제작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는 팬들에게 더욱 흥미로운 요소다. 캐스팅 비하인드부터 대본 수정, 사라진 속편 계획까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숨겨진 이야기를 살펴보자.
1. 앤드류 가필드의 열정 vs. 스튜디오의 정치적 결정
앤드류 가필드는 스파이더맨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커리어를 위해 슈퍼히어로 역할을 맡는 배우들과 달리, 그는 어릴 때부터 스파이더맨의 열렬한 팬이었다. 스파이더맨을 연기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소니(Sony)의 경영진과 충돌하기도 했다. 영화 홍보 기간 중 가필드는 최종 편집본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브라질에서 열린 소니의 중요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사건이 소니가 스파이더맨을 다시 리부트하고, MCU의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에서 톰 홀랜드(Tom Holland)를 기용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소문도 있다.
또한 가필드는 액션 장면에서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스턴트 팀과 긴밀히 협력하며 가능한 한 많은 장면을 직접 소화하려고 했다. 토비 맥과이어(Tobey Maguire)의 스파이더맨이 후반부에서 CGI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가필드는 물리적 움직임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신경 썼다. 이러한 헌신 덕분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역동적인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 되었다.
2. 계획되었으나 사라진 빌런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는 일렉트로, 그린 고블린, 라이노(Rhino)가 등장하지만, 원래 계획은 훨씬 더 많은 빌런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소니는 영화에서 ‘시니스터 식스(Sinister Six)’라는 빌런 팀업을 암시하며, 이후 속편에서 본격적으로 등장시키려 했다. 영화 곳곳에 힌트가 숨겨져 있었는데, 해리 오스본을 찾아오는 의문의 남성이나, 오스코프(Oscorp)의 비밀 연구실에서 벌처(Vulture)의 날개와 닥터 옥토퍼스(Doctor Octopus)의 기계 팔이 등장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초기 시나리오에는 더 많은 캐릭터가 포함되어 있었다. 셰일린 우들리(Shailene Woodley)가 메리 제인 왓슨(Mary Jane Watson) 역할로 캐스팅되었고, 그녀의 캐릭터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할 예정이었다. 또한 콘셉트 아트에서는 블랙 캣(Black Cat)으로 알려진 펠리시아 하디(Felicia Hardy)와 베놈(Venom)의 등장 가능성도 검토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스튜디오의 간섭과 촉박한 제작 일정으로 인해 많은 계획이 취소되었고, 최종적으로 영화는 너무 많은 서브플롯이 뒤섞인 상태로 마무리되었다.
3. 삭제된 장면이 바꿔놓을 수도 있었던 이야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는 그웬 스테이시의 죽음이었다. 그녀의 운명은 원작 코믹스 *그웬 스테이시의 죽음(The Night Gwen Stacy Died)*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지만, 사실 영화에는 완전히 다른 결말이 준비되어 있었다. 삭제된 장면 중 하나에서 피터 파커의 아버지, 리처드 파커(Richard Parker)가 그웬의 무덤에서 피터를 찾아오는 장면이 있었다. 그는 여전히 살아있었으며, 피터에게 오스코프와 관련된 실험과 그의 유전자에 얽힌 비밀을 밝히려 했다. 만약 이 장면이 최종 영화에 포함되었다면, 스파이더맨 세계관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또 다른 삭제 장면에서는 해리 오스본이 그린 고블린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더욱 상세하게 묘사되었다. 극장 개봉판에서는 해리가 갑자기 광기에 휩싸이며 변신하는데, 삭제된 장면에서는 질병으로 인해 점점 절박해지는 그의 모습이 더 깊이 있게 표현되었다. 이러한 장면들이 유지되었다면, 영화의 전개가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결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비주얼적으로 화려하고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러나 스튜디오의 개입과 마지막 순간의 대본 변경, 그리고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야심 찬 계획들이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벌어진 다양한 뒷이야기들은 여전히 많은 영화 팬들에게 흥미로운 주제가 되고 있다. 2021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Spider-Man: No Way Home)*을 통해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이 다시 등장하면서, 많은 팬들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세계관이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가능성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이 영화의 숨겨진 이야기는 스파이더맨 역사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주제라는 점이다.